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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600에서 매수한 KODEX 200, 큰 손실에도 기다려보려는 이유

최근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내가 보유하고 있는 KODEX 200도 상당한 손실 구간에 들어왔다.

나는 코스피 지수가 약 8,600일 때 KODEX 200을 150주 매수했다. 당시에는 국내 증시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시장은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다.

지수가 빠르게 하락하니 계좌의 손실도 생각보다 크게 늘어났다. 솔직히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매수 가격보다 계속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 ‘조금 더 기다렸다가 살걸’이라는 후회도 들고, 지금이라도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내 판단은 손실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매도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번 하락은 AI 반도체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됐다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있다.

AI 산업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너무 빠르게 반영됐다는 고평가 논란과 함께,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AI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지, 현재의 HBM과 메모리 수요가 앞으로도 같은 속도로 증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심도 함께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기술의 발전,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장기적인 공급 과잉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반도체주에 집중됐던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나는 최근 하락이 AI 산업 자체가 갑자기 무너졌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동안 지나치게 높아졌던 기대와 주가를 시장이 다시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레버리지 ETF가 하락폭을 키운 수급 요인

이번 하락에서는 국내 레버리지 ETF에 몰렸던 자금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레버리지 ETF는 KOSPI 200과 같은 기초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ETF 운용사는 현물 주식뿐만 아니라 주가지수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KODEX 레버리지 역시 KOSPI 200 일간 변동률의 두 배를 추구하는 구조다.

지수가 상승할 때는 레버리지 ETF로 들어오는 자금이 추가적인 선물 매수 수요를 만들면서 상승세를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지수가 급락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레버리지 ETF는 낮아진 순자산을 기준으로 다음 거래일에도 두 배의 노출을 맞춰야 하므로, 장 마감 전후로 주가지수 선물 등의 보유 규모를 줄이는 리밸런싱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계적인 선물 매도가 이미 약해진 시장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

특히 상승장에서 레버리지 ETF에 들어왔던 개인투자자들의 손절 매도와 신용·미수 거래의 반대매매까지 겹치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도체주 하락 → 코스피 하락 → 레버리지 ETF 손실 확대 → 투자자 손절 및 운용사의 노출 축소 → 선물시장 약세 → 현물시장 추가 하락

따라서 레버리지 ETF가 이번 하락을 처음 만들어낸 근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I 반도체에 대한 의심과 외국인 매도 등이 하락의 출발점이었다면,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과 투자자들의 손절은 이미 시작된 하락의 속도와 폭을 키우는 증폭 장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레버리지 ETF의 실제 리밸런싱 규모와 시장 전체의 매매 규모를 비교하지 않고, 이번 급락을 전부 레버리지 ETF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여러 수급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2분기까지는 실적으로 증명했다

현재 반도체 기업들의 펀더멘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겼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2분기까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HBM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 실적 전망에서도 AI 메모리와 범용 메모리의 동반 호황이 주요한 실적 상승 요인으로 제시됐다.

즉, 지금까지의 AI 반도체 상승이 실적과 전혀 관계없는 기대감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적어도 2분기까지는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을 통해 AI와 메모리 호황의 효과를 보여줬다. 이 점에서 현재의 주가 조정을 곧바로 반도체 산업의 붕괴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미 발표된 실적보다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먼저 반영한다.

따라서 이제 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2분기 실적이 좋았는지가 아니다.

좋은 실적을 3분기와 4분기, 그리고 내년까지 계속 유지하거나 더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펀더멘털보다 앞으로의 실적 지속성이 중요하다

나는 현재 반도체 기업의 펀더멘털이 무너졌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그러나 ‘2분기 실적이 좋았으니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2분기까지는 실적으로 증명했지만,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먼저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수요가 계속 증가하더라도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년 대비 실적이 크게 증가한 이후에는 비교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이 계속 성장하더라도 성장률 자체는 낮아질 수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역시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지한다면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투자 비용에 비해 AI 서비스의 수익화가 늦어지고 투자 규모가 축소되면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대치도 낮아질 수 있다.

HBM 공급 경쟁도 지켜봐야 한다.

현재 높은 수익성을 만들어주는 HBM의 공급업체가 늘어나고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출하량은 증가하더라도 가격과 영업이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판매량뿐만 아니라 HBM 가격과 수익성을 함께 유지할 수 있느냐다.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중요하다. 최근 실적은 HBM만이 아니라 일반 메모리 가격 상승의 도움도 받았다. 메모리 기업들의 증설로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거나 고객사의 재고가 다시 쌓인다면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도 장기적인 위험 요소다. 당장 국내 기업의 HBM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 시장점유율과 가격 결정력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현재의 투자 판단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2분기까지의 실적은 좋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 실적을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지는 아직 증명해야 한다.

지금 시장이 걱정하는 것도 현재 실적의 부진이 아니라, 앞으로의 실적 증가 속도가 지금의 높은 주가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매도하지 않으려는 이유

내가 KODEX 200을 선택한 이유는 단기간에 급등할 종목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한국 대표 기업 전체에 투자하면서 국내 증시의 장기적인 회복과 성장을 기다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KODEX 200은 특정 반도체 종목 하나에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다. 다만 KOSPI 200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기업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반도체주가 급락하면 KODEX 200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코스피 8,600 부근에서 매수한 것은 좋은 진입 시점이 아니었다.

투자 시점을 한 번에 결정하고 150주를 매수한 점도 되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매수 시점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과 투자 대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현재 손실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하면 손실은 확정된다. 반대로 무조건 버티기만 한다고 손실이 회복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처음 세운 투자 논리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은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과 AI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단기적인 시장 공포와 수급 충격만을 이유로 지금 당장 KODEX 200을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3분기 이후 실적과 향후 전망이 급격히 나빠진다면 내 판단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의 투자 방향

나는 당분간 KODEX 200을 보유하면서 시장을 지켜볼 생각이다.

하지만 단순히 ‘언젠가는 다시 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이후 실적이다.

단순히 영업이익이 흑자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 HBM 출하량과 평균판매가격이 계속 상승하는가
  •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유지되는가
  • 높은 영업이익률이 계속 유지되는가
  • 빅테크 기업의 AI 설비투자가 줄어들지 않는가
  • 신규 경쟁업체의 진입으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지 않는가
  • 기업들이 향후 실적 전망을 낮추고 있지는 않은가

이 가운데 여러 지표가 동시에 나빠진다면 현재 하락을 단순한 조정으로만 볼 수 없다.

반대로 실적과 수요가 유지되는데 주가만 시장의 공포와 수급 문제로 과도하게 하락한 것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기업가치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추가 매수는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다.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물타기하기보다 시장 변동성이 진정되고 3분기 이후 실적 전망을 확인한 뒤 여러 번에 나누어 판단하려고 한다.

특히 이미 보유 비중이 크다면 추가 자금을 한 번에 투입하기보다 현금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손실 속에서 배우는 투자

이번 투자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좋은 자산을 선택하는 것만큼 매수 시점과 자금 배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수가 강하게 상승할 때는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작은 의심 하나만 생겨도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개인투자자의 손절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며 낙폭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다음부터는 한 번에 전액을 투자하기보다 최초 매수, 조정 시 추가 매수, 실적과 추세 확인 후 마지막 매수처럼 자금을 나누는 방식을 사용할 생각이다.

현재 내 계좌는 분명히 큰 손실이다.

그렇다고 공포가 가장 커진 순간에 감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AI 반도체 기업들은 2분기까지 실적으로 성장성을 보여줬다. 이제부터 확인해야 하는 것은 그 실적이 일회성 고점인지, 아니면 AI 산업 성장과 함께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 실적인지다.

나는 아직 AI와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방향이 꺾였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매도보다 기다림을 선택했다.

하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기업 실적과 산업 수요를 계속 확인하고, 실적 상승세가 꺾이거나 처음 세운 투자 논리가 틀렸다는 증거가 나타난다면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판단을 바꿀 것이다.

이번 손실이 단순히 버틴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나은 투자자가 되기 위한 경험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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